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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VS 커널형, 내 귀 건강을 위한 이어폰은?
출퇴근길은 물론 잠들기 전 침대 위까지, 귀에 꽂기만 하면 다양한 콘텐츠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이어폰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친숙한 음향 기기다. 그러나 그 편리함 이면에는 소리 없는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무심코 음량을 높인 채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영구적인 청력 손실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어폰은 그 형태에 따라 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귓바퀴에 걸치는 '오픈형(open-type)'과 외이도(外耳道)에 직접 삽입하는 '커널형(canal-type)'은 장단점이 뚜렷하여 개인·상황별 맞춤 선택이 필요하다. 이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와 함께 이어폰 사용이 귀에 미치는 구체적 위험을 짚어보고, 개인의 귀 구조와 사용 환경을 고려해 청력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장시간 이어폰 사용이 부르는 '귀지전', 난청·통증의 원인
귀지는 외이도에서 탈락한 상피세포와 분비물이 섞여 만들어지는 정상 분비물로, 외이도를 보호하고 윤활 작용을 한다. 또한 약산성 환경을 조성하고 라이소자임(lysozyme) 같은 효소를 포함해 감염을 막는 역할도 수행한다. 본래 귀지는 자연스럽게 귀 밖으로 배출되지만,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습관은 이 과정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지원 교수는 "귀지는 저절로 움직여 배출되지만, 해부학적 이상이 있거나 외이도에 털이 많아지는 경우, 혹은 보청기나 이어폰 사용으로 배출 과정이 막히면 귀지가 축적돼 귀지전(cerumen impaction, 이구 폐색)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배출되지 못하고 쌓인 귀지 덩어리는 소리가 고막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해 청력을 떨어뜨리는 '전음성 난청(conductive hearing loss)'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고막을 직접 압박하거나 압력 변화를 일으켜 귀가 먹먹한 느낌, 통증, 이명(tinnitus), 어지럼증까지 나타난다. 심한 경우 외이도의 통풍을 저해하여 세균 감염 위험을 높여 외이도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높은 볼륨 '영구역치변동' 초래… 회복 불가능한 난청 경고
이어폰 장시간 사용이 귀지를 축적시켜 물리적인 청력 저하를 야기하는 한편,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볼륨을 높이는 습관은 청각 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 귀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내이(inner ear)의 달팽이관에는 코르티 기관(organ of corti)이 존재한다. 이곳에 있는 유모세포(hair cell)가 소리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과도한 소음은 바로 이 유모세포를 손상시킨다.
즉 말초 청각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소음은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내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가령, 짧은 시간 동안 중간 크기 소음(대략 80~90 db)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일시역치변동(temporary threshold shift, tts)'은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회복되는 일시적 난청에 해당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높은 강도의 소음(대략 90db 이상)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다. 서지원 교수는 "강한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대부분 유모세포와 주변 조직이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영구역치변동(permanent threshold shift, pts)'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곧 영구적인 난청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한번 손상된 유모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으므로,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픈형 vs 커널형… "귀 구조, 사용 환경 고려해 선택해야"
청력 보호를 위해서는 이어폰의 사용 시간과 음량 조절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제품을 선택하는지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픈형 이어폰'은 귓바퀴에 걸쳐 사용하는 형태로, 통기성이 좋아 외이도염이나 귀지 막힘 예방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외부 소음 차단 효과가 떨어져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볼륨을 높이게 되고, 이는 소음성 난청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귓구멍에 깊숙이 삽입하는 '커널형 이어폰'은 차음성이 뛰어나 비교적 낮은 볼륨으로도 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소음성 난청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귀를 완전히 막는 구조 탓에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외이도를 습하게 만들어 외이도염이나 귀지전 발생 위험은 오히려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종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보기보다는, 개인의 귀 구조나 사용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고 무엇보다 음량과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먹먹함·청력 저하 등 … 귀가 보내는 '위험 신호' 3
소중한 청력을 지키려면 개인에게 맞는 이어폰을 선택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습관과 함께, 귀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조기에 알아두어야 한다.
첫째,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면 '돌발성 난청(sudden sensorineural hearing loss)'을 의심할 수 있다.
둘째, 지속적인 이명 역시 청력 저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셋째, 귀에 물이 찬 듯 먹먹한 느낌은 난청은 물론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이나 이관기능장애(eustachian tube dysfunction)의 신호일 수 있다.
서지원 교수는 "특히 난청과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쪽 귀에 갑작스러운 증상이 발생하거나 반복되는 증상이 생긴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